어릴 적 아카이가 가장 싫어하는 괴담은 부기맨이었다. 그는 사후세계, 호러, 괴이 같이 사람의 마음 속 어둠을 자극하는 으스스한 이야깃거리는 일절 선호하지 않았다.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공포에 위협받는 인간을 구경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추리물 쪽이 훨씬 그의 입맛에 맞았다. 그를 데리고 미국 전역을 떠돌았던 아카이 츠토무 역시 취향은 비슷했다. 그는 러브크...
죽어야겠다. 겨울비가 길어지고, 새로 산 집 서재에서 풍기는 곰팡이 냄새가 짙어질 무렵 버번은 결심했다. 딱히 충동이나 알코올의 힘을 빌린 것은 아니었다. 그에게는 우울증도 없었고 절절하게 사랑하다 헤어진 연인도 없었으며 사회에 대한 혐오를 이기지 못해 스스로를 파괴하는 자가당착적인 성향도 없었다. 그렇다고 그가 아무 이유나 근거 없이 삶을 포기할 만큼 대...
<아카이 편> 어쩐지 하루 종일 안 보인다 했다. 성 안 가장 깊고 어둑한 복도 끄트머리, 먼지가 앉은 커튼 뒤에 숨어 몸을 만 채 색색거리던 아카이를 발견한 아무로는 혀를 찼다. 아침에 일어나 점심을 먹을 때까지 웬일로 코빼기도 안 비추기에 뒷산에 놀러 갔겠거니 했는데, 저녁이 다 되도록 그가 돌아오지 않았다. 좀 멀리 나간 건가. 여유롭게 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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